임금피크제
Wage Peak System
임금피크제란?
- 연령 이후 임금을 조정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
- 대응 조치 없는 순수 삭감형은 차별 판단 위험
-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동의가 필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바뀌는 것은 급여 테이블 한 줄이 아니라 정년까지 남은 기간의 근로계약 전체입니다. 임금 곡선의 정점을 지난 시점부터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내리는 대신 회사는 고용 기간을 약속하고, 근로자는 줄어든 임금에 맞는 직무와 책임을 받습니다. 임금과 일의 총량을 함께 다시 맞추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인사기록상 직급과 업무분장은 그대로 둔 채 급여만 손대는 방식은 제도라기보다 일방적인 감액에 가깝습니다. 줄인 임금만큼 무엇을 덜어냈는지가 문서로 남아야 합니다.
유형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정년을 60세에서 62~65세로 늘리면서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연장형, 이미 확보된 정년은 그대로 두고 임금만 낮추는 정년보장형, 정년 이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재고용형입니다. 실무에서는 만 56세나 57세를 피크로 잡고 3~5년에 걸쳐 연 10~20%씩 감액하는 설계가 많고, 주 40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형을 얹기도 합니다. 반대급부가 가장 약한 쪽이 정년보장형이어서 분쟁도 여기에 몰립니다. 도입은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며, 불이익 변경이면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정년 60세가 법으로 의무화됐으니 임금피크제도 당연히 정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정년 연장의 대가로 설계한 제도라면 설명이 되지만, 이미 정년이 보장된 상태에서 임금만 깎았다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았는지 답하기 어렵습니다. 업무량과 목표는 그대로 두고, 감액 재원을 신규 채용에 쓰겠다고 해놓고 쓴 흔적이 없다면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불리한 처우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동의 절차도 자주 무너집니다. 부서장이 명단을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는 회람 방식은 집단적 의사결정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삭감분 소급 지급에 퇴직금 재정산까지 따라옵니다. 제도를 손질하기 전에 최신 법령·판례와 노무 전문가 검토를 반드시 거치시기 바랍니다.
고령자 고용 유지와 정년 연장 논의 속에서 확산된 임금 조정 제도로,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620명 중 생산직이 480명입니다. 2016년부터 만 56세를 피크로 4년간 매년 10%씩 깎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퇴직한 대상자 3명이 '정년은 원래 60세였는데 우리가 받은 건 없다'며 삭감분 반환을 요구하면서, 인사팀이 제도 전체를 다시 뜯어보게 됐습니다.
- 인사팀장이 2016년 도입 문서를 꺼내 보니 정년은 이미 60세로 확정된 뒤였고, 감액 재원 3억 2천만 원을 신규 채용에 쓰겠다는 계획서만 남아 있었습니다.
- 대상자 48명의 직무기술서를 대조한 결과 피크 이후에도 야간 교대와 생산 목표가 그대로였고, 생산본부장은 '목표를 깎으면 라인이 안 돕니다'라며 조정에 반대했습니다.
- 노무법인 검토를 받아 피크 진입을 57세로 늦추고 감액률을 연 10%에서 7%로 낮추는 대신, 야간 교대에서 제외하고 주 40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만들었습니다.
- 노조위원장과 네 차례 교섭하고 라인별 설명회를 여섯 번 연 뒤, 부서 회람 서명 대신 전체 조합원 투표를 거쳐 찬성 71%로 동의를 확보했습니다.
- 재설계 후 대상자의 4년 누적 임금 감소폭이 34%에서 21%로 줄었고, 절감 재원 2억 원으로 생산직 6명을 새로 뽑으면서 관련 진정은 3건에서 0건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