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업금지 약정 · 전직금지
Non-compete Agreement
경업금지 약정이란?
- 서명만으로 유효해지지 않는다
- 대상·기간·지역이 좁고 구체적일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다
- 대가 없는 제한은 인정되기 어렵다
경업금지 약정이 실제로 바꾸는 것은 서류철의 두께가 아니라 회사가 지는 입증의 방향입니다. 서명을 받아두면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붙었을 때 지킬 것이 무엇이고 왜 하필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회사가 설명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인사팀의 일은 입사 서류에 한 장을 더 끼우는 작업에서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으로 옮겨갑니다. 접근 권한 로그, 담당 고객 리스트, 연구 노트가 약정서보다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하고, 약정의 힘은 서명 시점이 아니라 그 기록의 존재 여부에서 갈립니다.
실무에서는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경쟁사 취업 자체를 막는 전직금지, 동종 사업을 직접 벌이지 못하게 하는 경업금지, 알게 된 정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비밀유지는 성격도 인정 범위도 다릅니다. 기간은 1년 안팎이 그나마 다툴 만한 구간이고, 2년을 넘기면 통째로 부정되거나 법원이 기간을 줄여 일부만 인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가도 "연봉에 이미 포함돼 있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해서, 전직금지수당·특별 퇴직금·스톡옵션처럼 경업 제한의 대가라고 문서에 적힌 돈이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전직금지 가처분은 퇴직 직후에 움직여야 하고, 몇 달을 흘려보내면 보전의 필요성부터 깨집니다.
가장 흔한 사고는 회사가 먼저 내보낸 사람에게 약정을 들이대는 경우입니다. 권고사직이나 구조조정으로 정리한 뒤 경쟁사 이직을 막으려 하면 퇴직 경위에서 대부분 무너지고, 기각 결정문 한 장이 남은 직원 전체에게 '저 약정은 무효'라는 신호가 됩니다. 위약벌을 연봉의 두세 배로 크게 적어두면 억지력이 클 것 같지만, 과도한 위약벌은 감액되거나 약정 전체의 합리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거로 되돌아옵니다. 일괄 서명은 보호가 아니라 리스크이며, 경업금지가 깨져도 비밀유지 의무와 영업비밀 침해 책임은 별도로 남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별 사안의 판단은 달라지므로 법률 검토를 권합니다.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지위, 제한의 기간·지역·대상 직종, 대가의 제공, 퇴직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입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산업용 센서를 만드는 A사는 임직원 320명, 연매출 약 900억 원 규모입니다. 최근 2년 사이 연구·영업 핵심 인력 7명이 경쟁 3개사로 옮겨갔고, 그중 1명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사내 분위기가 흔들렸습니다. 입사 시 전 직원에게 받아온 '3년·전국·동종업계 일체 금지' 약정이 문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 인사팀장이 IT팀과 함께 설계 서버·고객 DB 접근 로그를 6개월치 대조해보니, 실제 핵심 자료에 접근한 인원은 320명 중 41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279명 건 받아둬 봐야 법정에서 우리가 불리해집니다"가 첫 보고였습니다.
- 자문 변호사와 약정 문안을 다시 짜면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지역은 전국에서 경쟁 3개사와 동일 제품군으로 좁혔고, 금지 대상 직종도 센서 설계·핵심 거래처 영업 두 갈래로만 적었습니다.
- CFO가 전직금지수당을 신설해 대상 41명에게 월 기본급의 5%를 별도 항목으로 지급하고, 퇴직 시 1년분을 일시금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1인 평균 480만 원, 연간 총부담은 약 1억 4천만 원으로 잡혔습니다.
- 비밀유지 조항은 경업금지 문서에서 떼어내 320명 전원과 따로 체결하고, 자료 반출 로그를 월 1회 점검하게 했습니다. 경업금지가 깨져도 비밀유지는 살아남는다는 것이 분리의 이유였습니다.
- 재서명 대상 41명 중 3명이 거부하자 인사팀장이 직접 면담해 수당 지급 조건과 1년이라는 기간을 설명했고, 2명이 서명, 1명은 대상 직무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 1년 뒤 핵심 인력 이직은 7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그중 1건에 낸 가처분은 기간 1년·경쟁 3개사 한정으로 인용됐습니다. 약정 대상 인원은 320명에서 40명으로 줄었지만 실효성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