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교섭
Collective Bargaining
단체교섭이란?
- 응할 의무는 있으나 합의할 의무는 없다
- 일정·자료 대응 태도가 성실성 판단 근거
- 결렬 시 조정 절차를 거쳐야 쟁의가 가능
교섭 요구 공문이 접수되는 순간 회사에서 먼저 바뀌는 것은 임금안이 아니라 일정표입니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그 사실을 7일간 사내에 공고해 다른 노조에도 참여 기회를 줘야 하고, 이 절차를 건너뛴 채 진행한 교섭은 나중에 효력 자체가 다퉈집니다. 내용을 겨루기 전에 기한과 형식이 먼저 걸리는 절차라는 점이 단체교섭의 실제 무게입니다. 그래서 공문을 받은 날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요구안 항목이 아니라 접수일자와 공고 만료일입니다.
복수 노조 사업장이라면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입니다. 참여 노조가 확정되면 조합원 과반수를 가진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고,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개별교섭이 열립니다. 교섭 사항도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임금·근로시간·복리후생처럼 응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위법이 되는 의무적 교섭사항이 있고, 응해도 되고 거절해도 되는 임의적 사항이 있습니다.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이어지는 쪽은 앞의 영역이므로, 요구안은 반드시 항목별로 나눠 판단해야 합니다. 결렬된 뒤에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야 하고 일반 사업 10일, 공익사업 15일의 조정기간이 지나야 쟁의행위가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합의할 의무는 없다'는 말을 '버텨도 된다'로 읽는 것입니다. 결정 권한이 전혀 없는 실무자만 교섭장에 내보내거나, 일정 회신을 2~3주씩 묵히거나, 임금 자료 요청에 '영업비밀'이라는 한 줄만 반복하는 것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해태로 평가됩니다. 구제신청은 행위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능하고, 교섭 응낙 구제명령이 나오면 회사는 협상력뿐 아니라 명분까지 잃습니다. 거절할 항목이 있다면 거절한다는 사실과 그 사유를 문서로 남기는 편이 침묵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제81조).
임직원 240명, 연매출 약 620억 원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A사에 설립 27년 만에 첫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조합원 130명이 임금 8% 인상과 상여금 지급 기준 변경을 포함한 12개 항목 요구안을 들고 왔는데, 인사팀은 교섭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가상 예시)
- 공문을 받은 다음 날 인사팀장이 사내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교섭 요구 사실을 7일간 공고했습니다. 생산직 외 직군에서 다른 노조가 나올 가능성을 대비한 조치였습니다.
- 재무팀장이 요구안 12개를 표로 풀어 인건비 영향을 계산했습니다. 임금 8% 인상은 연 9억 4천만 원, 상여 기준 변경은 3억 2천만 원으로 나왔고 '4%대가 한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대표이사가 빠지려 하자 자문 노무사가 결정 권한 없는 사람만 앉히면 그 자체가 해태라고 못을 박았고, 결국 부사장이 교섭 위원장을 맡아 인상률 ±1.5% 범위의 결정권을 받았습니다.
- 노조가 요구한 최근 3년 임금 대장은 개인 식별 정보를 지운 집계표로 바꿔 5영업일 안에 넘겼습니다. 자료 제공 지연은 성실교섭 위반 주장의 단골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 교섭 6회 동안 매회 일시·참석자·발언 요지를 적은 회의록을 만들어 양측 위원이 서명했습니다. 노조가 3차 교섭 연기를 문제 삼았을 때 이 기록이 그대로 반박 자료가 됐습니다.
- 결국 임금 4.5% 인상과 상여 기준 유지로 5개월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구제신청이나 조정 신청 없이 마무리됐고, 추가 인건비는 최초 요구안 대비 4억 1천만 원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