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Negotiation
협상이란?
- 서로 만족할 조건을 찾는 합의 과정
- 가격 깎기가 아니라 '파이 키우기'
- BATNA·이해관계 파악이 핵심
협상이 시작되는 순간은 상대가 '얼마죠?'라고 묻는 때가 아니라, 우리가 제안서를 쓰기 전입니다. 어떤 조건을 테이블에 올릴지, 무엇을 양보 카드로 남겨둘지 미리 설계해두면 대화의 주도권이 달라집니다. 준비 없이 들어가면 상대가 먼저 던진 숫자를 기준으로 깎고 붙이는 대화만 반복되지만, 설계하고 들어가면 가격 이외의 변수로 대화를 옮길 수 있습니다. 협상력은 말솜씨가 아니라 테이블에 올릴 카드의 개수에서 나옵니다.
협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정해진 금액을 나눠 갖는 분배형과, 조건을 조합해 총가치를 키우는 통합형입니다. 분배형에서는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ZOPA)의 폭과, 합의가 깨졌을 때의 차선책(BATNA)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BATNA가 약한 쪽이 먼저 숫자를 내립니다. 통합형으로 넘어가려면 계약 기간, 교육 인원, 결제 조건, 사후 코칭 횟수처럼 서로 가치를 다르게 매기는 항목을 최소 세 개는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내주기 쉬운데 상대에겐 비싸 보이는 항목, 그게 교환의 재료입니다.
할인은 가장 비싼 양보입니다. 영업이익률 15%인 계약에서 가격을 10% 깎으면 이익의 3분의 2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숙련된 담당자는 깎아줄 때 반드시 대가를 붙입니다 — 3년 계약, 선결제, 사례 공개 동의 같은 것들입니다. 클로징이 결정을 요청하는 행위라면, 협상은 그 결정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릅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어긋남은 구매팀이 요구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할인을 꺼내는 일입니다. '이 정도면 되시죠?' 하며 5%를 내리는 순간 그 5%는 새로운 출발선이 되고, 상대는 거기서 다시 5%를 요구합니다. 먼저 내린 가격은 다시 올라가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윈-윈을 '적당히 나눠 갖기'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마지노선을 정하지 않은 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양보하면, 수주는 했는데 강사진이 적자로 뛰는 계약만 남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선을 숫자로 적어두고 들어간 사람만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원칙 협상(getting to yes)' 등에서 이해관계 중심·BATNA 개념이 정립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42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A사와 연간 리더십 교육 계약을 협상한 사례입니다. 견적은 9,000만 원이었는데 구매팀장이 첫 미팅에서 '작년 집행액이 7,000만 원이라 2,000만 원은 빼셔야 합니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계약 마감까지 3주가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 영업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답하지 않고 인재개발팀 과장을 따로 만나, 올해 승진한 신임 팀장 38명의 조기 이탈이 경영진의 진짜 걱정거리라는 사실을 끌어냈습니다.
- 두 번째 미팅에서는 가격 대신 성과 기준을 먼저 올렸습니다. '6개월 뒤 팀장 38명의 유지율과 구성원 평가 점수로 판정하시죠'라고 하자 구매팀장이 그제야 수첩을 펼쳤습니다.
- 한 장짜리 견적 대신 기간·인원·온라인 비중·사후 코칭 횟수를 조합한 세 가지 안을 가져갔고, B안은 2년 계약에 온라인 비중을 40%로 올려 연 7,600만 원으로 맞췄습니다.
- 구매팀장이 7,000만 원을 재차 밀어붙이자 '2년 선계약과 성공사례 공개에 동의해주시면 7,400만 원까지 맞추겠습니다'라며 양보에 대가를 붙여 응수했습니다.
- 결국 연 7,400만 원 2년 계약에 사후 코칭 2회를 얹어 합의했고, 1년 7,000만 원으로 끝날 뻔한 거래가 총 1억 4,800만 원 계약이 됐습니다. 6개월 뒤 팀장 38명 중 36명이 남아 유지율 94.7%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