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 견적 관리
Quotation / Quote Management
견적서란?
- 품목·금액과 함께 조건과 제외 범위를 적는 문서
- 할인 승인 권한과 번호 체계가 있어야 관리된다
- 옵션으로 나누면 가격 대신 범위로 협상한다
견적서를 내미는 순간 영업의 대화 축이 바뀝니다. 그 전까지는 "얼마면 됩니까"를 주고받지만, 문서가 나가면 고객은 금액이 아니라 금액에 딸린 조건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잘 쓴 견적서는 가격표가 아니라 책임의 경계선입니다. 운반비는 누가 대는지, 설치와 시운전이 포함인지, 납기 지연 시 어떻게 하는지가 적혀 있으면 그 뒤 대화는 깎자가 아니라 빼자로 옮겨 갑니다.
실무에서는 견적을 두 종류로 구분해 씁니다. 예산 수립용으로 개략 금액만 주는 개산 견적에는 "본 견적은 참고용이며 확정 견적은 도면 확정 후 재발행"이라는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확정 견적에는 유효기간과 승인자가 명시됩니다. 유효기간은 통상 15~30일을 쓰되 원자재나 환율 변동이 큰 품목은 7~14일로 줄이고 변동 조항을 답니다. 부가세는 별도인지 포함인지를 합계 옆에 못 박고, 개정본은 Rev.1, Rev.2처럼 차수를 남겨 어느 문서가 살아 있는지 한눈에 보이게 합니다. 제안서는 왜 우리인지를, 견적서는 얼마에 무엇까지인지를 담당하며, 고객이 발주서를 보내는 순간 견적의 조건이 계약 조건으로 그대로 넘어갑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견적서는 참고용이니 법적 효력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유효기간이 비어 있는 견적서를 받은 고객이 넉 달 뒤 그 금액으로 발주를 넣으면, 원자재가 20% 올랐어도 거절하기가 대단히 곤란해집니다. 제외 항목을 적지 않은 견적서도 같은 결과를 만듭니다. 설치·교육·출장비를 당연히 별도로 생각했는데 고객은 총액에 포함이라 읽고, 결국 마진에서 메우게 됩니다. 승인 없이 나간 "이번만" 특가는 더 위험합니다. 그 금액이 다음 거래의 기준가로 굳어져 원가를 다시 계산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상거래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청약(offer) 관행에서 비롯됐습니다. 법적으로 견적서는 통상 청약 또는 청약의 유인으로 해석되며, 상대의 승낙과 계약 체결로 이어질 때 구속력이 생기므로 유효기간과 조건 명시가 중요합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47명, 연매출 약 180억 원인 산업용 밸브 제조사 A사의 이야기입니다. 영업 6명이 각자 만든 엑셀로 견적을 내다가, 같은 대리점에 두 사람이 각각 12%와 22% 할인 견적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대리점 대표가 "어느 쪽이 진짜 가격입니까"라고 항의했습니다. 이후 3개월간 견적 체계를 다시 짰습니다.
- 영업관리팀 김 과장이 최근 6개월 발행 견적 412건을 모아 보니 양식이 9종이었고, 유효기간이 적힌 건 137건뿐이었습니다. "이게 언제까지 유효한지 우리도 모릅니다."
- 표준 양식에 제외 항목란을 새로 만들어 운반·설치·시운전·현장 교육비를 기본 제외로 인쇄했습니다. 영업이사는 "안 해주는 걸 적어야 나중에 안 싸운다"고 못 박았습니다.
- 할인 승인은 10%까지 팀장, 10~18%는 영업이사, 18% 초과는 대표로 나누고 전자결재 3시간 내 회신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구두 특가는 견적번호 없이는 무효 처리했습니다.
- 견적번호를 Q-2025-0312-Rev.2 형식으로 바꾸고 유효기간을 30일로 고정했으며, 만료 5일 전 담당자에게 재발행 알림이 뜨게 했습니다. 밸브 소재가 스테인리스일 때는 14일로 단축했습니다.
- 6개월 뒤 평균 할인율은 17.4%에서 12.1%로 내려갔고, 견적 대비 수주율은 28%에서 34%로 올랐으며, 납품 후 범위 분쟁은 분기 5건에서 1건으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