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P · 의사결정 과정
Decision Making Process
DMP이란?
- 구매에 이르는 단계적 '과정'
- 문제인식→탐색→평가→선정→검토
- 각 단계에 맞춰 영업 접근
DMP는 영업의 질문을 바꿉니다. '우리가 어디까지 제안했나' 대신 '고객이 어디까지 왔나'를 묻게 만듭니다. 두 질문의 답은 자주 어긋납니다. 제안서를 두 번 보냈어도 고객 내부에서는 아직 예산 항목조차 잡히지 않은 경우가 흔합니다. 고객의 시계에 맞춰 다음 행동을 고르는 일이 DMP를 쓰는 이유이고, 이 기준이 서야 밀어붙일 시점과 기다릴 시점이 갈립니다.
구매 상황에 따라 단계는 통째로 생략됩니다. 매년 같은 법정교육을 돌리는 단순 재구매라면 탐색·평가 없이 기존 업체로 발주가 나가고, 강사만 교체하는 수정 재구매는 두세 곳 비교로 끝납니다. 반면 처음 도입하는 신규 과제는 일곱 단계를 다 밟고 문제 인식부터 발주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초기 개입이 값어치를 갖는 건 신규 과제뿐입니다. DMU가 '누가 관여하는가'라는 사람의 축이라면 DMP는 '언제 무엇이 결정되는가'라는 시간의 축이고, 둘을 겹쳐 봐야 이번 달에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단계마다 고객 내부에서는 문서가 하나씩 만들어집니다. 문제 인식 단계에서는 팀장의 내부 보고 메모, 사양 정의 단계에서는 요구사항 목록, 평가 단계에서는 업체 비교표, 선정 단계에서는 결재용 품의서입니다. 영업이 할 일은 그 문서의 초안을 대신 써주는 것입니다. 회사 소개서가 아니라 담당자가 사내 결재를 받는 데 쓸 자료를 건네야 합니다. 품의서에 붙일 근거 한 장이 제안서 50장보다 먼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이 단계는 직선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평가까지 갔다가 예산이 잘리면 문제 인식 단계로 되돌아가고,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더 흔한 오해는 고객의 말과 실제 단계를 같다고 믿는 것입니다. '검토 중입니다'는 사양을 짜는 중일 수도, 자료만 모으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RFP를 받은 시점을 출발선으로 착각하면 경쟁사가 앞 단계에서 써둔 사양서에 들러리로 응찰하게 됩니다. 반대로 문제 인식 단계의 고객에게 견적서와 계약 조건부터 들이밀면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연락이 끊깁니다.
웹스터와 윈드(Webster & Wind)가 1972년 조직 구매행동 모델에서 구매 과정을 여러 단계로 정리했고, 이후 코틀러 등 마케팅 이론에서 'B2B 구매 의사결정 과정'으로 정형화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420명, 연매출 1,100억 원 규모입니다. 작년 신규 입사 38명 중 14명이 입사 1년 안에 퇴사했고, 퇴사 시점은 현업 배치 후 3개월 구간에 몰려 있었습니다. '신입 온보딩 교육 뭐 있나요'라는 한 줄짜리 메일이 들어온 게 시작이었습니다.
- 견적서를 보내는 대신 경영지원팀 김 과장에게 최근 2년 퇴사자 면담 기록을 볼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직 문제 인식 단계라 보고 숫자부터 맞춘 것입니다.
- 2주 뒤 인사팀장과 30분 브리핑을 잡아, 퇴사자 14명 중 9명이 '배치 후 방치'를 이유로 들었다는 장표를 정리해 드렸습니다. 팀장은 그 장표를 그대로 본부장 보고에 올렸습니다.
- 요구사항이 잡히는 시점에 맞춰 3개월 OJT 코스와 현장 멘토 교육을 한 묶음으로 제안했고, 이 구성이 A사 RFP의 평가 항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경쟁사 두 곳은 이 기준으로 비교당했습니다.
- 평가 단계에서 재무담당 상무가 '작년에 교육비 1억 2천 썼는데 남은 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탈 1명당 재채용·재교육 비용 1,800만 원을 계산한 한 장짜리 표를 만들어 품의서에 붙이도록 드렸습니다.
- 6,400만 원에 계약했고 이듬해 신규 입사 41명 중 5명만 1년 안에 퇴사해 1년 내 이탈률이 37%에서 12%로 내려갔습니다. A사는 2년 차 심화 과정까지 추가로 발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