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평가 · 밸류에이션
Valuation
기업가치 평가란?
- DCF·상대가치·자산가치 세 접근
- 가정에 민감해 단일 값보다 범위로 제시
- 가치는 근거이고 가격은 협상의 결과
밸류에이션을 한 번 돌리고 나면 협상 테이블의 언어가 바뀝니다. 그 전까지는 '이 정도는 받아야죠'와 '그건 너무 비쌉니다'가 오가지만, 산식이 나온 뒤에는 매출 성장률 몇 퍼센트, 할인율 몇 퍼센트, 배수 몇 배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싸움의 대상이 금액에서 가정으로 옮겨가는 것이 이 작업의 실질적인 효과입니다. 양쪽이 어느 가정에서 갈라지는지 눈에 보이면, 합의 불가능한 감정싸움이 조정 가능한 숫자 논쟁으로 내려옵니다.
방법마다 결과가 벌어지는 폭은 생각보다 큽니다. DCF는 할인율 1%p, 영구성장률 0.5%p만 움직여도 지분가치가 20~30% 출렁이고, 상대가치법은 비교군에 어떤 회사를 넣느냐에 따라 EV/EBITDA가 5배대와 9배대로 갈립니다. 세무 목적이면 선택지 자체가 다릅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 대 2로 가중평균하도록 정해 두고 있어, 협상용 숫자와 세무용 숫자가 따로 존재합니다. 같은 회사에 값이 세 개 나오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목적이 다른 결과입니다.
용어의 경계도 자주 흔들립니다. DCF가 내놓는 값은 기업가치(EV)이고, 여기서 차입금을 빼고 현금을 더해야 주주가 실제로 받는 지분가치가 됩니다. 순차입금 40억 원이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120억 원이면 지분 100%의 값은 80억 원입니다. 투자 유치에서 쓰는 프리·포스트 밸류도 마찬가지여서, 투자금 10억에 포스트 100억이면 지분은 10%이지만 프리 100억이면 9.1%로 달라집니다. 괄호 안 단어 하나가 수억 원을 가릅니다.
현장에서 가장 비싸게 치르는 오해는 '높게 받을수록 좋다'입니다. 무리한 밸류로 투자를 받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그 숫자를 넘겨야 하고, 못 넘기면 리픽싱 조항이 작동해 창업자 지분이 먼저 깎입니다. 반대로 특수관계자 간 지분 거래를 세법상 시가보다 낮게 잡으면 차액이 증여로 간주돼 세금이 따라붙습니다. 평가서는 협상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며, 가정표와 산출 근거가 붙지 않은 한 장짜리 숫자는 상대가 첫마디에 무너뜨립니다. 실제 거래 전에는 회계·세무 전문가의 검토를 반드시 거치시기 바랍니다.
현금흐름 할인 개념은 어빙 피셔 등의 자본 이론에서 발전했고, 이후 기업 재무와 투자 실무에서 DCF·상대가치·자산가치 접근이 표준적인 평가 방법으로 정리됐습니다.
정밀 가공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62명, 연매출 240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 규모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공동창업자가 지분 30%를 들고 은퇴를 통보하면서 회사가 그 지분을 되사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상대는 80억 원을, 대표는 45억 원을 말했고 석 달째 대화가 멈춰 있었습니다. (가상 예시)
- 재무담당 상무가 3개년 손익을 다시 뜯어 대표 보수 과다분, 가족 급여, 법인 명의 차량 리스료를 걷어냈고 조정 EBITDA는 장부상 19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올라갔습니다.
- 외부 회계법인 담당 회계사는 할인율을 12.5%로, 상대측 자문사는 10.5%를 주장했습니다. '2%p 차이가 지분가치 22억을 만듭니다'라는 말에 양쪽이 처음으로 같은 표를 들여다봤습니다.
- 동종 상장사 4곳의 EV/EBITDA 중앙값 6.2배를 적용하고 비상장 유동성 할인 20%를 반영하자, 지분 30%의 값은 52억에서 61억 원 사이로 좁혀졌습니다.
- 상대측 대리인이 '그 배수는 호황기 거래 아니냐'고 되묻자, 대표는 향후 2년 영업이익이 목표를 넘으면 추가 대금을 주는 어닝아웃 조항을 먼저 꺼냈습니다.
- 최종 합의는 58억 원, 3년 분할 지급이었습니다. 세무 검토로 상증법상 평가액과의 차이를 미리 맞춰 증여세 이슈를 없앴고, 석 달 멈춰 있던 협상은 6주 만에 계약서 날인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