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라이언스
Compliance
컴플라이언스란?
- 법령·규범 준수를 관리하는 체계
- 행동강령·신고채널·교육이 3대 축
- ESG의 G를 떠받치는 기반
컴플라이언스가 실제로 작동하는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의 순서가 바뀝니다. 예전에는 영업이 먼저 계약을 따오고 법무가 뒤에서 수습했다면, 이제는 거래처 선정·리베이트·하도급 대금 지급 같은 결정이 사전 승인과 기록을 거쳐야 실행됩니다. 속도는 분명히 느려지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누가 언제 무엇을 검토했는지 증명할 흔적이 남습니다. 체계의 실체는 두꺼운 규정집이 아니라 일상 결재선에 박혀 있는 이 흔적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최소선은 회사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다릅니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상법에 따라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고, 개인정보 유출 시 과징금은 전체 매출액의 3% 범위까지 부과될 수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성희롱 예방·개인정보보호·산업안전보건·장애인 인식개선·퇴직연금 같은 법정의무교육 5종은 그 바닥선일 뿐입니다. 사후에 끝난 일을 들여다보는 감사(Audit)와 달리, 컴플라이언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반을 막는 사전 기능이라는 점에서 역할이 갈립니다.
교육으로 옮길 때는 전 직원 공통 과정과 고위험 직무 심화 과정을 반드시 나눠야 합니다. 구매·영업은 하도급 대금과 부정청탁, 개발·마케팅은 개인정보 수집 동의와 처리 위탁, 임원은 미공개정보 이용과 배임이 각각 주된 노출 지점이라 같은 교재로 묶이지 않습니다. 또 교육 시점을 신규 입사와 보직 이동 직후에 붙여두면, 판단 기준이 가장 없을 때 기준을 쥐여줄 수 있습니다. 연 1회 전사 일괄 교육만 돌리는 방식이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어긋남은 이수율 100%를 면책 증거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사고가 난 뒤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것은 수료 화면이 아니라 교육 일지, 이해도 평가 결과, 그리고 적발된 위반을 실제로 징계한 기록입니다. 임원이 걸렸을 때 구두 경고로 넘긴 전례가 하나만 있어도 체계 전체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내부신고 채널도 마찬가지여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소문나는 사건이 한 번 생기면 그다음부터 제보는 끊기고 회사는 외부 고발로 처음 소식을 듣게 됩니다. 컴플라이언스를 법무팀만의 일로 미루는 순간, 현업의 기준은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로 되돌아갑니다.
'따르다, 준수하다'라는 뜻의 영어 comply에서 나온 말로, 미국 금융업계의 내부통제·준법감시 제도에서 경영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금융회사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 이후 전 산업으로 확산됐고, ESG 경영과 함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상시근로자 480명, 연매출 1,900억원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 A사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 서면 실태조사에서 지적을 받고 과징금을 물었습니다. 사내에는 '법무팀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고, 준법 담당은 법무팀 과장 1명의 겸직이었습니다. 대표는 6개월 안에 체계를 다시 짜라고 지시했습니다.
- 경영기획실장이 3개월간 사업부를 훑은 결과 하도급 서면 미교부 74건과 개인정보 처리방침 미고지 12건이 드러났고, 대표는 '이건 담당자 실수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 겸직이던 준법 업무를 전담 인력 2명으로 떼어내고, 38페이지짜리 행동강령을 실제 상황 중심 19개 조항으로 줄여 전 직원 서명을 받았습니다.
- 법정의무교육 5종은 온라인으로 돌리되, 구매팀 41명과 영업팀 66명에게는 하도급법 2시간 집합 과정을 따로 열어 조사에서 지적받은 74건을 익명 처리한 실제 사례를 교재로 썼습니다.
- 익명 신고 채널을 외부 대행사로 옮기자 6개월간 접수가 3건에서 21건으로 늘었고, 이 중 4건은 외부 조사 전에 자체 시정됐습니다. 한 생산 반장은 '이름이 안 남는다니 말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 1년 뒤 하도급 서면 교부율은 100%가 됐고, 사례형 이해도 테스트 정답률은 54%에서 87%로 올랐으며, A사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급 평가에서 처음으로 B등급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