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팀 · TMT
Top Management Team
경영진 팀이란?
- 전략은 경영진의 인지 틀을 통과해 결정된다
- 부문 대표 태도와 논의 없는 승인이 주된 병폐
- 경영진 팀도 팀으로 다뤄 규범과 회고가 필요
경영진 팀이라는 렌즈를 끼면 임원 인사가 '사람 문제'에서 '조합 문제'로 바뀝니다. 자리가 비었을 때 던지는 질문이 '이 사람이 유능한가'에서 '지금 이 팀에 없는 시각을 가져오는가'로 옮겨가고, 성과가 나쁠 때도 특정 임원을 지목하기 전에 누가 어떤 정보를 쥐고 있고 그것이 회의 테이블까지 올라오는지를 먼저 봅니다. 전략의 품질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판단력이 아니라 그 판단이 검증되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진단할 때는 구성과 프로세스를 나눠서 봅니다. 구성은 기능 경력, 재직 기간, 외부 영입 비율 같은 직무 관련 다양성이고, 프로세스는 정보를 실제로 주고받는가·결정을 함께 내리는가·서로의 목표를 돕는가라는 세 가지 행동으로 확인합니다. 다양성은 프로세스가 받쳐줄 때만 성과로 바뀝니다. 인원도 변수여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5~9명 선을 넘으면 한 안건을 전원이 끝까지 따지기 어려워지고, 그때는 상설 소위원회로 쪼개는 편이 낫습니다. 이사회와 혼동하기 쉬운데, 감독과 견제를 맡는 이사회와 달리 경영진 팀은 결정의 실행까지 책임지는 집단이라 회의의 산출물도 의견이 아니라 결정이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다양성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외부에서 임원 한 명을 데려다 앉혀 놓고 정보가 도는 방식은 그대로 두면, 그 사람은 반년쯤 지나 '여기선 나만 다른 말을 한다'며 입을 닫거나 회사를 떠납니다. 과제 갈등과 감정 갈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함정입니다. 치열하게 붙자고 해놓고 논쟁이 사람 평가로 번지면 다음 회의부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회의 전 개별 보고로 결론을 다 내고 회의는 추인만 하는 방식인데, 겉보기엔 의사결정이 빨라 보여도 결정이 틀렸을 때 되짚을 근거가 남지 않아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도널드 햄브릭(Donald Hambrick)과 필리스 메이슨(Phyllis Mason)이 1984년 제시한 상위계층 이론(Upper Echelons Theory)은 조직의 전략과 성과가 최고경영진의 인지적 특성과 경험을 반영한다고 설명하며 경영진 팀 연구의 토대가 됐습니다.
국내 산업용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480명, 연매출 1,800억 원대의 중견기업입니다. 매주 화요일 2시간짜리 경영진 회의에서 7개 부문장이 순서대로 실적을 보고했고, 신규 설비 투자 안건은 세 분기째 '다음에 다시 보자'로 밀렸습니다. 2세 대표가 취임한 뒤 6개월간의 기록입니다. (가상 예시)
- 인사담당 부사장이 최근 4개월치 회의록을 세어 보니 전체 발언의 78%가 자기 부문 실적 설명이었고, 다른 부문 안건에 질문을 던진 기록은 3건뿐이었습니다.
- 대표가 회의를 격주 3시간으로 바꾸고 앞 90분은 전사 안건 하나만 다루기로 하면서 '오늘은 부문장이 아니라 회사 임원으로 앉아 달라'고 못 박았습니다.
- 안건마다 반대 논리를 맡을 임원을 다른 부문에서 지정했고, 생산본부장이 마케팅 투자안을 검토하며 '내 예산이 아니니 편하게 묻겠다'며 회수 기간 가정을 파고들었습니다.
- 결정과 그때 세운 가정, 재점검 시점을 한 장에 남겼더니 넉 달 뒤 설비 투자 가정 세 개 중 두 개가 틀렸다는 게 드러나 12억 원 중 5억 원을 집행 직전에 돌려세웠습니다.
- 6개월 뒤 회의 발언에서 부문 보고 비중은 78%에서 41%로 내려갔고, 회의 한 번당 확정 결정은 0.8건에서 2.4건으로 늘었으며 세 분기 묵었던 설비 투자안은 2주 만에 결론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