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코스팅 · 원가기획
Target Costing
타깃 코스팅이란?
- 가격에서 출발해 허용 원가를 정한다
- 원가의 대부분은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 품질·안전 훼손과 공급처 전가를 경계
타깃 코스팅이 실제로 바꾸는 것은 계산식이 아니라 회의의 순서와 결재 권한입니다. 원가 담당자가 도면 확정 뒤에 집계표를 들고 들어오던 자리에, 기획 착수 시점부터 원가기획 담당이 앉아 '이 구조로는 승인이 안 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설계 심의 게이트마다 목표 원가 달성률이 통과 조건으로 걸리고, 미달이면 도면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원가가 결과 지표에서 설계 제약 조건으로 자리를 옮기는 셈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개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출발합니다. 시장 가격에서 목표 이익을 뺀 허용 원가, 그리고 현재 기술과 거래 조건으로 만들었을 때 나오는 성립 원가입니다. 둘의 차이가 갭이고, 이 갭을 기능별로 쪼개 가치공학으로 메우는 것이 원가기획의 본체입니다. 갭이 성립 원가의 10% 안쪽이면 부품 통합과 사양 조정으로 대개 잡히지만, 20%를 넘어가면 구조를 다시 그리거나 기획 자체를 접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표준원가 관리와 혼동하기 쉬운데, 표준원가는 양산 이후 실적 차이를 통제하는 사후 도구이고 타깃 코스팅은 도면이 나오기 전에 쓰는 사전 도구입니다. 모델 교체 주기가 있고 설계 자유도가 남아 있는 제품일수록 효과가 크며, 사양이 발주처에 묶인 수주형 단품에는 적용 여지가 좁습니다.
가장 흔하게 어긋나는 지점은 목표 원가가 구매 단가 인하 지시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설계는 한 줄도 바뀌지 않은 채 협력사에 '올해 8% 내려주십시오'라는 공문만 나가면, 협력사는 소재 등급을 낮추거나 검사 공정을 줄여 숫자를 맞춥니다. 그 대가는 양산 반년 뒤 필드 클레임으로 돌아오고, 심하면 하도급 대금 문제로 번집니다. 두 번째는 '일단 양산 띄우고 나중에 잡자'는 조건부 승인입니다. 금형이 떨어지고 라인이 깔린 뒤에는 손댈 수 있는 항목이 몇 개 남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자사 원가에 마진을 얹은 숫자를 목표 가격이라 부르는 경우인데, 이러면 순서만 바꾼 시늉일 뿐 예전 방식 그대로입니다.
1960년대 이후 일본 제조업, 특히 자동차 산업의 원가기획(原価企画) 실무에서 체계화됐고, 이후 타깃 코스팅이라는 이름으로 서구 관리회계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생활가전 제조사 A사의 보급형 공기청정기 신모델 기획 상황입니다. 임직원 320명, 연매출 약 1,400억 원 규모인데, 주력 유통 채널 MD가 '19만 9천 원을 넘으면 기획전 편성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기존 플랫폼을 그대로 쓰면 제조원가가 14만 2천 원이라, 목표 영업이익률 12%를 맞추려면 11만 5천 원까지 내려야 했습니다.
- 상품기획팀장이 첫 회의에서 허용 원가 11만 5천 원과 성립 원가 14만 2천 원을 나란히 띄우고, '2만 7천 원을 6개월 안에 못 메우면 이 모델은 접습니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 갭을 기능별로 쪼개 송풍 4만 2천 원, 필터 3만 1천 원, 제어·표시 2만 8천 원으로 목표를 배분했고, 설계팀은 사용자 조사에서 선호도가 가장 낮게 나온 터치 디스플레이부터 손을 댔습니다.
- 설계 책임연구원이 상하 분리형 하우징을 일체 사출로 바꿔 부품 9종과 체결 스크루 14개를 없앴고, 대당 조립 공수가 4분 30초에서 3분 10초로 줄었습니다.
- 구매팀 차장은 인하 공문을 보내는 대신 모터 협력사와 2년 18만 대 물량을 확약해 개당 3,800원을 낮췄습니다. 협력사 대표는 '물량이 보이면 우리도 라인을 다시 짭니다'라고 했습니다.
- 품질보증팀은 별도 게이트에서 소음·집진 효율·안전 인증 항목을 원가 변경 전 사양과 대조했고, 소음이 0.8dB 올라간 송풍구 형상 하나는 반려해 다시 설계하게 했습니다.
- 최종 양산 원가는 11만 8천 원으로 목표를 3천 원 넘겼지만 판매가 19만 9천 원을 지켰고, 출시 첫해 11만 대를 팔아 영업이익률 10.4%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