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맵 · As-Is·To-Be 분석
Process Mapping (As-Is / To-Be)
프로세스 맵이란?
- 실제 업무 흐름을 도식으로 드러낸다
- 규정이 아니라 실제를 그려야 문제가 보인다
- 시간의 대부분은 작업이 아니라 대기에 있다
프로세스 맵을 그리고 나면 회의의 언어가 바뀝니다. '영업팀이 늦다'는 말이 '단가 확인 건이 영업팀과 구매팀 사이를 세 번 오간다'는 말로 바뀌고, 논의의 초점이 사람에서 인계 지점으로 옮겨갑니다. 사람을 탓하던 자리에 구조를 올려놓는 것이 이 도구의 실질적인 쓸모입니다. 그래서 맵은 보기 좋게 그리는 것보다 한 장에서 부서 경계를 몇 번 넘는지가 드러나게 그리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는 방식도 목적에 따라 갈립니다. 스윔레인 맵은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넘기는지를 드러내는 데 강하고, 밸류스트림 맵은 단계마다 작업 시간과 대기 시간을 붙여 리드타임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후자를 쓰면 실제 손이 닿은 시간을 전체 리드타임으로 나눈 값이 나오는데, 시간의 대부분이 대기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숫자가 됩니다. 범위를 자를 때는 SIPOC처럼 공급자와 산출물, 고객을 먼저 적어두면 맵이 옆 부서까지 끝없이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업무가 대상은 아닙니다. 월 수십 건 이상 반복되고 순서가 어느 정도 고정된 업무라야 맵이 힘을 씁니다. 신사업 기획처럼 매번 경로가 달라지는 일은 그려도 한 번 쓰고 버리게 됩니다. 업무분장표나 RACI와도 다릅니다. 분장표가 누가 무엇을 맡는지를 적는다면, 맵은 일이 어떤 순서로 흘러 어디서 멈추는지를 적습니다. 둘을 한 문서로 합치려 들면 조직도에 가까워지면서 병목이 그림에서 사라집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곳은 As-Is입니다. 실무자는 인터뷰를 감사로 받아들여 규정대로 답하고, 따로 굴리던 엑셀 대장이나 구두 승인 같은 우회 경로는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규정이 그려진 맵에서는 개선안도 규정 문구 손질에 그칩니다. 또 하나는 To-Be를 시스템 개발 요구사항으로만 넘기는 경우입니다. 결재 권한과 사내 규정을 그대로 둔 채 화면만 만들면 다섯 단계 결재가 시스템 안으로 옮겨갈 뿐이고, 개발비를 쓰고도 리드타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산업공학의 작업 흐름도와 흐름공정도에서 출발했고, 1990년대 마이클 해머와 제임스 챔피의 업무 재설계(BPR) 논의를 거치며 현재 상태와 목표 상태를 대비해 설계하는 방식이 경영 실무에 자리 잡았습니다.
산업용 부품을 유통하는 A사는 임직원 140명, 연매출 620억 원 규모입니다. 고객사 문의를 받고 견적서를 발송하기까지 평균 6.8일이 걸리면서 급한 건은 경쟁사에 밀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영업본부장이 '왜 늦는지부터 그림으로 보자'며 5주짜리 흐름 분석을 지시했습니다. (가상 예시)
- 영업기획팀 김 차장이 최근 3개월 견적 412건의 시스템 이력을 뽑아, 문의 접수부터 견적 발송까지로 범위를 자르고 반품·클레임 건은 대상에서 뺐습니다.
- 영업사원 6명과 구매·기술지원 담당자를 따로 만나 그렸더니 규정에 없던 '단가 구두 확인' 단계가 나왔고, 한 사원은 '그건 원래 단톡방에 물어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단계별로 작업 시간과 대기 시간을 적어보니 6.8일 가운데 실제 손이 닿은 시간은 4시간 20분이었고, 나머지는 구매팀 회신 대기와 결재 대기였습니다.
- 병목은 두 군데로 좁혀졌습니다. 비표준 품목 단가 회신에 평균 2.9일, 500만 원짜리 건까지 본부장 결재를 거치느라 1.6일이 더 붙고 있었습니다.
- To-Be에는 단가 기준표 사전 등록과 1,000만 원 미만 건 팀장 전결을 담고 여신 규정 개정안을 같이 올렸습니다. 3개월 뒤 평균 리드타임은 6.8일에서 2.3일로, 부서 간 인계는 7회에서 4회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