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와 파머 · 영업 조직 유형
Hunter and Farmer
헌터와 파머란?
- 신규 개척형과 기존 육성형의 구분
- 겸직시키면 편한 쪽으로 쏠린다
- 평가·교육을 따로 설계해야 한다
이 구분을 도입하면 조직도보다 평가표가 먼저 바뀝니다. 어제까지 같은 매출 목표를 보던 사람들이 오늘부터 서로 다른 숫자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헌터의 한 달은 수십 건의 통화와 거절로 채워지고, 파머의 한 달은 두세 번의 방문과 긴 침묵으로 채워집니다. 활동량으로 볼 사람과 결과 지표로 볼 사람을 갈라놓는 것이 이 틀의 실질적인 쓸모입니다. 채용 공고의 요구 경력, 주간 회의에서 던지는 질문, 교육 신청서의 대상 구분까지 같은 기준선을 따라 다시 정렬됩니다.
실무에서는 거래 주기, 접점의 수, 실패의 비용 세 가지로 역할을 가릅니다. 신규는 첫 접촉에서 계약까지 6~12개월이 걸리고 의사결정자를 처음부터 찾아야 하지만, 기존 계정은 갱신 협의가 한두 달 안에 끝나고 상대 담당자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인원 배분도 단계에 따라 달라져서 신규 시장 진입기에는 헌터를 7, 성숙 시장에서는 파머를 7 정도로 두는 식입니다. 다만 역할 구분과 고객 등급 구분은 서로 다른 축입니다. 대형 고객 전담(KAM)은 파머의 하위 개념이 아니고, 한 계정 안에서도 새 사업부를 뚫는 일은 헌터의 과업으로 분류하는 편이 맞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이것을 사람의 기질 분류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성향 검사로 헌터와 파머를 판정해 배치했다가, 반년 뒤 '나는 헌터로 찍혀서 좋은 계정은 평생 못 맡는다'는 불만이 쌓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기질이 아니라 지금 맡은 과업의 성격으로 나눠야 이동과 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또 하나는 분리만 하고 인계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경우입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담당이 바뀌면 고객은 같은 설명을 두 번 하게 되고, 그 불만은 첫 갱신 시점에 이탈로 돌아옵니다. 계약 후 90일은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는 규칙 정도는 있어야 역할 분리가 제 값을 합니다.
영업 조직 설계 실무에서 오래 쓰여 온 비유적 구분으로, 특정 학자의 이론이라기보다 현장에서 정착한 용어입니다. 최근에는 SDR·AE·CSM으로 역할을 더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140명, 연매출 480억 원 규모의 산업용 부품 유통사 A사 이야기입니다. 매출의 82%가 상위 10개 거래처에서 나왔고, 최근 1년간 새로 뚫은 고객사는 2곳뿐이었습니다. 그중 한 곳이 자체 조달로 돌리겠다고 통보하면서 신규 개척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 영업본부장이 최근 12개월 수주를 뜯어보니 신규 고객 매출 비중은 3.7%였고, 영업사원 11명의 주간 일정에서 신규 방문은 1인당 평균 1.2건에 그쳤습니다.
- 본부장은 3년차 두 명을 신규 전담으로 빼면서 '올해 자네들 평가에 기존 계정 매출은 한 푼도 안 넣는다'고 못을 박고, 두 사람이 들고 있던 27개 계정을 선임 4명에게 나눠 넘겼습니다.
- 신규 전담 2명에게는 분기 신규 미팅 45건과 파이프라인 12억 원을, 나머지 9명에게는 갱신율 95%와 계정당 매출 증가율 8%를 목표로 따로 걸었습니다.
- 교육 담당 과장은 상반기 영업 과정을 둘로 쪼개, 전담 2명에게는 콜드콜 스크립트 실습과 거절 대응 롤플레이를, 기존 담당 9명에게는 어카운트 플래닝 워크숍을 배정했습니다.
- 신규 계약 커미션을 1.5배로 올리고 첫 6개월은 계약이 없어도 파이프라인 달성분에 인센티브가 나가게 바꿔, '두 달째 빈손'이라는 전담 인력의 불안을 줄였습니다.
- 10개월 뒤 신규 수주는 2건에서 9건으로, 신규 매출 비중은 3.7%에서 11.4%로 올랐고, 이관된 27개 계정의 갱신율도 96%를 유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