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 의사결정자
Decision Maker / Key Man
키맨이란?
- 구매를 최종 승인하는 인물
- 조기에 진짜 결정권자 찾기가 관건
- 실무자만 붙잡으면 딜이 멈춤
키맨을 찾는 일은 명함첩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을 고르는 작업이 아니라, 그 회사에서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경로를 그려 보는 작업입니다. 이 관점이 들어오면 영업 활동을 세는 단위부터 달라집니다. '이번 달에 몇 번 미팅했나'가 아니라 결재선에 올라 있는 사람 중 몇 명을 직접 만났는가로 바뀌고, 제안서를 다섯 번 다듬는 것보다 아직 얼굴도 못 본 그 한 사람을 만나는 쪽이 수주 확률을 훨씬 크게 올립니다.
실무에서는 최소 세 부류를 갈라 봐야 합니다. 예산을 최종 승인하는 사람, '규정상 안 된다' 한마디로 판을 엎을 수 있는 거부권자(구매팀·법무·정보보안), 그리고 사내에서 우리를 대신해 설득해 주는 챔피언입니다. 셋은 대개 다른 사람이고, 특히 챔피언과 결정자를 한 사람으로 뭉뚱그리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금액대별 전결 규정을 두고 있어서 3,000만 원이면 팀장 전결, 1억 원이 넘으면 대표이사 결재로 올라가는 식입니다. 즉 제안 금액이 바뀌면 키맨도 바뀝니다. 견적서를 쓰기 전에 '작년에 이 정도 규모 건은 어디까지 결재가 올라갔는지'부터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높은 사람을 빨리 만나면 된다'는 판단입니다. 담당자를 건너뛰고 임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지인을 통해 위에서 찔러 넣으면, 그 건은 십중팔구 담당자 손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담당자는 대놓고 반대하지 않습니다. 검토 순위를 뒤로 미루는 것으로 충분하고, 대가는 반대가 아니라 지연으로 돌아옵니다. 반대로 키맨 한 명만 붙잡는 것도 위험합니다. 임원 인사가 한 번 나면 반년 공들인 건이 하루아침에 원점이 되므로, 결재선상 최소 두 명과 관계를 걸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구매를 결정한다는 '구매 센터(Buying Center)' 개념은 프레더릭 웹스터와 요람 윈드(Webster & Wind)가 1972년 논문에서 제시했고, 사용자·영향자·구매자·결정자·게이트키퍼의 다섯 역할을 정의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1,200명, 연매출 3,200억 원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 A사에 팀장급 리더십 과정을 제안하던 상황입니다. 교육 담당 대리와 넉 달 동안 여덟 번을 만났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내부 검토 중'이었습니다. 8,000만 원짜리 제안은 그대로 멈춰 있었습니다.
- 담당 대리에게 '작년에 이 정도 규모 교육은 어느 분 결재까지 올라갔나요'라고 묻자, 5,000만 원을 넘으면 인사팀이 아니라 경영지원본부장 전결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대리를 건너뛰지 않고, 그가 본부장에게 보고할 때 쓸 A4 두 장짜리 요약본을 따로 만들어 넘겼습니다. 표지에 '대상 팀장 96명, 1인당 83만 원'을 숫자로 박았습니다.
- 구매팀 과장이 '단독 견적으로는 품의를 못 올린다'며 제동을 걸어, 3사 비교 견적과 교육사 선정 사유서를 규정 양식에 맞춰 이틀 만에 다시 꾸려 보냈습니다.
- 생산본부 팀장 세 명을 인터뷰해 '팀장 달고 나서 면담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옮겨 담자, 대리가 '이건 제가 본부장님께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움직였습니다.
- 본부장과의 30분 미팅은 만족도 이야기를 빼고 '작년 팀장 이직 11명, 대체 채용에 1인당 1,400만 원'이라는 숫자로 열었고, 본부장이 '그 비용이면 해볼 만하네요'라고 답했습니다.
- 넉 달 멈춰 있던 건이 2주 만에 품의 승인돼 8,000만 원 계약이 체결됐고, 이듬해에는 96명 과정이 240명 규모 연간 계약 2억 1,000만 원으로 확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