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클러스터 · 필러 페이지
Topic Cluster & Pillar Page
토픽 클러스터란?
- 필러 1개 + 세부 글 다수를 링크로 묶는 구조
- 검색엔진은 페이지가 아니라 주제 권위를 본다
- 글이 겹치면 서로 순위를 갉아먹는다
이 구조를 쓰기 시작하면 콘텐츠 회의에서 오가는 질문이 먼저 바뀝니다. 예전에는 "이번 달에 뭘 쓸까요"였다면, 이제는 "우리 주제 지도에서 아직 비어 있는 칸이 어디인가"가 됩니다. 기획 단위가 키워드 하나에서 주제 하나로 올라가는 것이 실질적인 변화이고, 그래서 기획서에도 글 제목 목록 대신 주제별 공백 목록이 올라옵니다. 쓸지 말지의 판단 기준도 검색량이 아니라 지도상의 빈칸 여부로 옮겨갑니다.
필러와 클러스터는 글의 길이가 아니라 검색 의도의 폭으로 갈립니다. 필러는 '인사평가 제도'처럼 한 편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 넓은 질문을 다루고, 클러스터는 '평가 등급 비율을 어떻게 정하나'처럼 한 편에서 답이 끝나는 질문을 맡습니다. 실무 감각으로는 필러 1편에 클러스터 8~15편, 필러 본문 5,000자 이상이 최소선입니다. 블로그 카테고리 목록 페이지를 필러라 부르는 경우가 흔한데, 링크만 늘어선 목록은 필러가 아닙니다. 필러는 그 페이지만 읽어도 한 바퀴가 도는 완결된 글이어야 합니다.
주제를 고르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그 주제로 실제 상담 전화가 걸려 오는가, 그리고 우리가 여덟 편 이상 쓸 만큼 아는가입니다. 월 검색량 30건짜리 주제라도 그 30명이 우리 고객이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숫자만 보고 고른 주제는 클러스터를 절반쯤 채운 시점에 더 쓸 말이 떨어지는 구간이 반드시 옵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깨지는 지점은 클러스터끼리 서로를 갉아먹는 경우입니다. '역량모델링 방법'과 '역량모델링 절차'를 따로 쓰면 검색엔진은 둘 중 무엇을 대표로 올릴지 정하지 못해 둘 다 2페이지에 머뭅니다. 이럴 땐 둘을 합쳐 한 편으로 만드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링크도 같습니다. 글 맨 아래 '함께 보면 좋은 글' 상자에 몰아 넣은 링크는 거의 눌리지 않습니다. 문장 흐름상 필요한 자리에 걸어야 독자도 검색엔진도 그것을 연결로 읽습니다.
허브스팟(HubSpot)이 2017년 무렵 필러-클러스터 모델을 정리해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검색엔진이 키워드 일치 중심에서 주제·의미 이해 중심으로 옮겨가던 흐름에 대응한 콘텐츠 설계 방식입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B2B 인사평가 SaaS를 파는 A사(임직원 42명, 연매출 61억)의 이야기입니다. 3년간 블로그에 글 180편을 올렸지만 자연검색 유입은 월 2,400명, 데모 신청은 월 3건에서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대표가 "글은 쌓이는데 왜 문의는 그대로냐"고 물으면서 6개월짜리 정비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 마케팅팀장이 180편을 전부 스프레드시트에 올려 주제별로 분류했더니 62편이 '인사평가' 한 주제에 몰려 있었고, 그중 11편은 제목만 다른 사실상 같은 글이었습니다.
- 그 11편을 한 편으로 합치고 나머지 URL은 301로 넘겼습니다. 콘텐츠 에디터가 "3년치를 지우는 게 맞냐"며 버텼지만, 합친 글이 3주 만에 검색 8위로 올라오면서 논쟁이 끝났습니다.
- '인사평가 제도 구축'을 필러로 정하고 7,200자짜리 글을 새로 썼습니다. 정의부터 등급 분포 설계, 이의신청 처리까지 목차 12개를 한 페이지에 담았습니다.
- 빈칸으로 남은 클러스터 9편을 월 2편씩 채우면서, 각 글 본문 중간에서 필러로 링크를 걸고 필러의 해당 문단에서도 그 글로 되돌려 걸었습니다.
- 6개월 뒤 자연검색 유입은 월 7,100명, 데모 신청은 월 11건이 됐고 필러는 '인사평가 제도' 검색 3위에 붙었습니다. 영업팀장은 "요즘은 상담 들어오면 이미 그 글을 읽고 온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