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 ·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이란?
- 반복 사무를 SW 로봇이 대신
- 기존 시스템에 '손동작' 흉내
- 단순 규칙 업무에 강함
RPA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업무의 내용이 아니라 그 업무가 놓이는 자리입니다. 기간계 시스템을 고치려면 요건 정의부터 검수까지 반년이 걸리지만, RPA는 기존 화면 위에 덧붙이는 방식이라 업무 하나가 짧으면 2~3주 만에 사람 손에서 떠납니다. IT 개발 대기열에 몇 년째 밀려 수기로 버티던 부서가 처음으로 자기 업무를 직접 바꿔본 경험을 갖는 것, 그게 현장이 체감하는 진짜 변화입니다.
봇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사람이 버튼을 눌러 실행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유인형은 상담·창구처럼 건별 판단이 섞인 업무에 붙이고, 서버에서 정해진 시각에 혼자 도는 무인형은 야간 마감이나 대량 데이터 이관에 씁니다. 후보 업무를 고르는 현장 기준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연간 반복 시간 200시간 이상, 분기(分岐) 없이 90% 이상 동일한 처리 규칙, 그리고 화면이나 엑셀처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입력 형태입니다. 셋 중 하나가 빠지면 RPA보다 API 연동이나 시스템 개선이 더 싼 선택입니다.
비용 구조도 먼저 보셔야 합니다. 봇 라이선스는 대수 단위로 연간 과금되고, 업무 한 건을 자동화하는 데 보통 개발·테스트 공수가 2~5일씩 붙습니다. 즉 월 2시간짜리 업무를 자동화하면 본전을 못 뽑습니다. 스캔 문서나 손글씨처럼 판독이 필요한 구간은 OCR·AI를 얹은 지능형 자동화 영역인데, 인식률이 아무리 높아도 틀린 몇 퍼센트를 사람이 걸러내는 검수 단계를 설계에 넣어야 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한 번 만들면 계속 돈다'는 생각입니다. 봇은 화면의 위치와 버튼 이름에 기대어 움직이기 때문에, 그룹웨어가 패치되거나 ERP 조회 화면에 팝업 하나가 추가되면 그날 새벽 마감이 통째로 멈춰 있습니다. 담당자가 퇴사하고 봇 소스가 개인 PC에만 남은 '유령 봇', 편의를 위해 관리자 권한을 그대로 준 봇 계정은 감사에서 반드시 걸립니다. 운영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은 자동화는 반년 뒤 절반이 죽어 있습니다. 도입 명분을 인원 감축으로 걸면 현업은 자기 업무를 절대 내놓지 않습니다.
업무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2010년대에 부상했으며, 디지털 전환의 실무 도구로 확산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320명, 매출 1,800억 원대의 중견 자동차 부품사 A사 이야기입니다. 재무팀 4명이 매달 협력사 세금계산서 1,200여 건을 홈택스에서 내려받아 엑셀로 정리한 뒤 ERP에 하나씩 수기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마감 주간이면 팀 전원이 밤 10시까지 남았고, 오타로 인한 지급 오류가 분기마다 서너 건씩 터졌습니다.
- 재무팀 김 차장이 2주간 업무 일지를 받아 계산서 처리 시간을 집계하니 월 160시간이 입력·대사에만 쓰이고 있었고, 그중 절반은 값을 옮겨 적는 단순 타이핑이었습니다.
- 정보전략팀 이 과장이 업무를 다운로드·정리·입력·검증 네 구간으로 쪼갰고, 김 차장은 "계정과목 판단이랑 반려 건은 저희가 볼 테니 옮기는 것만 맡겨 주세요"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무인형 봇 1대가 매일 새벽 5시에 홈택스 자료를 받아 ERP에 입력하도록 배치했는데, 첫 주에는 ERP 공지 팝업 때문에 세 번 멈춰 팝업 닫기 처리를 추가로 넣었습니다.
- 봇 계정 권한은 전표 입력 전용으로 제한하고, 화면이 바뀌면 손볼 담당자를 정보전략팀 2명으로 지정해 오류 발생 시 아침 7시에 알림 메일이 가도록 했습니다.
- 3개월 뒤 입력 업무는 월 160시간에서 22시간으로 줄었고, 결산 마감은 D+5에서 D+2로 당겨졌으며, 재무팀 2명은 미수금 관리와 협력사 단가 분석으로 업무를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