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위원회 · 징계위원회
Personnel & Disciplinary Committee
인사위원회란?
- 법정 기구는 아니지만 규정하면 절차 요건이 된다
- 제척·소명·정족수·기록이 네 가지 축
- 규정에 있는데 운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
인사위원회는 법이 설치를 강제하는 기구가 아닙니다. 그런데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징계는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친다'는 한 줄을 넣는 순간, 회사가 쥐고 있던 재량이 회사가 지켜야 할 의무로 바뀝니다. 그 뒤부터 다툼의 초점은 '그 직원이 무슨 짓을 했나'에서 '우리가 정한 순서를 밟았나'로 옮겨갑니다. 이 전환을 놓친 회사는 사유 입증 자료만 잔뜩 쌓아두고 절차 기록은 비워둔 채 심문회의에 들어갑니다.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는 이름만 다른 같은 기구가 아닙니다. 승진·전보·보직을 다루는 인사위원회는 심의 성격이 강해 결론이 경영 판단의 참고자료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징계위원회는 의결 자체가 처분의 효력 요건이 됩니다. 그래서 규정에는 정족수(예: 재적 과반 출석·출석 과반 찬성), 출석 통지 기간(3~7일 전 서면), 재심 청구 기간(통지 후 7일) 세 가지 숫자가 반드시 박혀 있어야 합니다. 근로자위원을 넣을지는 회사 선택이지만, 노사협의회 위원과 징계위원을 같은 사람으로 겹쳐 두면 협의 기구와 처분 기구의 성격이 섞입니다.
구성의 공정성은 사후에 가장 많이 공격받는 지점입니다. 사건을 조사한 인사팀장이 그대로 위원석에 앉아 표를 던지면 조사관과 심판관이 한 사람이 되고, 대상자의 직속상사가 위원장이면 결론을 미리 정해둔 회의로 읽힙니다. 제척·기피·회피 조항을 두고, 회의록에는 결론만이 아니라 위원별 질문과 본인 답변의 요지, 그리고 본인 서명까지 남겨야 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결론은 이미 났으니 위원회는 형식'이라는 생각입니다. 전화로 "내일 세 시에 회의실로 오세요"라고만 알리고 혐의 사실을 적지 않으면 소명 기회를 준 것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대상자가 불출석하면 잘됐다며 서면으로 끝내는 처리도 위험합니다. 더 위험한 것은 규정에 재심을 두고 운영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상자는 처분일로부터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절차 하자로 부당해고 판정이 나면 사유 다툼은 시작도 못 한 채 복직과 소급임금을 떠안습니다.
징계 등 인사 처분의 절차는 취업규칙·인사규정 등 사내 규범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규정된 절차를 위반한 징계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임직원 240명, 연매출 약 620억 원의 식품 제조 A사입니다. 물류센터 창고관리 직원이 반품 재고를 빼돌린 정황이 6개월간 세 차례 적발되어 징계해고를 검토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인사규정에 징계위원회 조항이 있는데도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상 예시)
- 인사팀장이 규정을 다시 펼쳐보니 '재적 위원 5명 중 3명 이상 출석', '7일 전 서면 통지'가 그대로 살아 있었고, 그동안 본부장 전결로 끝낸 정직 2건이 절차 없이 처리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 자문 노무사가 "조사한 사람이 표를 던지면 그 회의는 깨집니다"라고 지적해, 조사 담당이던 인사팀장과 대상자의 직속상사인 물류센터장을 빼고 생산·재무·법무 본부장 3명과 외부 노무사 1명, 관리담당 이사를 위원장으로 5인 위원회를 다시 꾸렸습니다.
- 출석 통지서에 혐의 3건을 날짜와 금액(합계 480만 원)까지 적어 등기로 발송했고, 대상자가 "노조 대의원과 같이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요청하자 위원장이 동석과 진술 녹취를 모두 허용했습니다.
- 회의 당일 본인이 "두 건은 인정하지만 마지막 건은 센터장 지시였다"고 진술해,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의결하지 않고 5일 뒤 2차 회의를 열어 센터장을 불러 확인한 뒤 회의록에 본인 서명을 받았습니다.
- 최종 의결은 해고가 아닌 정직 3개월과 손해액 분할 변제였고, 대상자가 7일 내 재심을 청구했지만 재심 위원회에서 원안이 유지되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없이 종결됐습니다. 이후 1년간 진행한 징계 6건은 모두 통지·소명·의결 기록이 남아 외부 분쟁 0건으로 마무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