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
디자인 씽킹이란?
- 사용자 공감→문제 재정의→시제품
- 빠른 실험으로 혁신
- '사용자 중심'과 '해보며 배우기'
디자인 씽킹을 들이면 회의실에서 통하는 근거가 바뀝니다. '제 생각엔 이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이 '지난주 만난 사용자 7명 중 5명이 이 지점에서 멈췄다'로 대체됩니다. 결정의 근거가 직급에서 관찰 기록으로 옮겨가는 것이 이 방법론의 실질적인 효과입니다. 순서도 뒤집힙니다. 보통은 기획안을 확정한 뒤 실행하지만, 여기서는 문제 정의 자체를 초반에 고정하지 않고 사용자를 만난 다음 다시 씁니다. 기획서가 틀렸다는 사실을 석 달 뒤 매출로 아는 대신, 2주 차 인터뷰에서 알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다섯 단계를 일렬로 밟기보다 '확산과 수렴'을 두 번 반복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문제를 넓게 벌렸다 하나로 좁히고, 해법을 다시 넓게 벌렸다 좁힙니다. 시제품도 종류를 갈라야 합니다. 종이에 화면을 그려 붙인 반나절짜리 저충실도 시제품은 '흐름이 말이 되는가'를 보고, 실제 동작하는 고충실도 시제품은 '쓸 만한가'를 봅니다. 첫 라운드부터 고충실도로 가면 들인 공이 아까워 버리지 못합니다. 모든 과제에 맞지도 않습니다. 원인이 이미 밝혀진 설비 불량이나 규정 개정 같은 일은 그냥 고치는 편이 빠르고, 사용자를 직접 만날 수 없는 영역이면 첫 단계에서 막힙니다. 인접 개념과의 경계도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디자인 씽킹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린 스타트업은 '이 사업이 돈이 되는가', 애자일은 '어떻게 빨리 내놓는가'를 다룹니다. 셋은 대체재가 아니라 앞뒤로 이어 붙이는 순서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이 방법론을 '워크숍'과 같은 말로 쓰는 경우입니다. 이틀 동안 포스트잇 300장을 붙이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실행으로 넘어간 항목이 하나도 없는 광경을 흔히 봅니다. 원인은 대개 셋입니다.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대신 설문 요약본으로 공감 단계를 때웠거나, 예산을 승인할 임원이 워크숍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거나, 시제품을 만들 인력과 2주치 일정이 애초에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공감 단계를 건너뛴 아이디어 회의는 그냥 브레인스토밍입니다. 더 큰 손실은 그다음입니다. 한 번 이렇게 끝나면 다음 혁신 과제에 사람들이 냉소로 반응해, 같은 방법을 다시 꺼내기가 몇 배로 어려워집니다.
스탠퍼드 d.school과 디자인 기업 IDEO가 2000년대에 체계화·대중화한 혁신 방법론입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240명, 연매출 780억 원 규모의 생활가전 제조사 A사입니다. 최근 2년간 출시한 신제품 4종이 모두 판매 목표의 절반을 넘기지 못했고, 반품률은 7%대에 머물렀습니다. 상품기획본부장이 8주짜리 디자인 씽킹 프로젝트를 걸었습니다.
- 상품기획팀장과 개발자 2명이 2주간 고객 12가정을 방문해 제품 쓰는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60대 사용자가 설명서를 세 번 넘겼다 덮는 순간, 팀장이 수첩에 '우리가 고친 건 성능이었지 첫 30분이 아니었다'고 적었습니다.
- 인터뷰 기록을 벽에 붙여놓고 문제를 다시 썼습니다. '기능이 부족하다'가 '첫 설치 30분에서 포기한다'로 바뀌자, 개발 로드맵에 올라 있던 신기능 6개 중 4개가 우선순위에서 내려갔습니다.
- 발상 워크숍은 반나절로 끝냈습니다. 아이디어 47개 중 투표로 3개를 추렸고, CS팀장이 '전화 문의 1위가 설치 건이니 이건 우리가 바로 검증해 줄 수 있다'며 6개월치 상담 로그를 꺼내 놓았습니다.
- 시제품은 사흘 만에 종이와 스티커로 만들었습니다. 설치 안내를 본체에 붙는 스티커 한 장으로 줄인 안을 매장 방문객 20명에게 시험해, 설치를 끝까지 마친 사람이 7명에서 17명으로 늘 때까지 세 번 고쳤습니다.
- 개선판을 3개월 뒤 출시한 결과 설치 관련 CS 문의가 월 420건에서 130건으로 줄고, 반품률은 7.2%에서 2.9%로 내려갔습니다. 본부장은 다음 과제부터 '고객 방문 10가정'을 착수 조건으로 못 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