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 복구
Backup / Recovery
백업이란?
- 미리 복사(백업)하고 사고 시 되살림(복구)
- 데이터 상실의 마지막 보험
- 정기·분리 보관이 핵심
백업·복구 체계가 갖춰지면 사고가 났을 때 회사가 던지는 질문이 바뀝니다. '데이터가 날아갔는데 어떡하죠'가 아니라 '몇 시 기준으로 되돌릴까요, 몇 시간이면 라인이 다시 돕니까'가 됩니다. 손실을 시간 단위로 환산해 답할 수 있는 상태가 백업 체계의 실체이고, 그래서 IT 부서만의 숙제가 아니라 생산·영업·회계가 함께 결정해야 할 경영 판단입니다. 어디까지 잃어도 회사가 견디는가를 먼저 합의하지 않으면 장비를 사도 기준이 없습니다.
실무 설계는 두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RPO(복구 시점 목표)는 '몇 시간 전 데이터까지 잃어도 되는가', RTO(복구 시간 목표)는 '몇 시간 안에 업무를 되돌려야 하는가'입니다. 마감 중인 회계 데이터는 RPO 1시간·RTO 4시간, 사내 공지 게시판은 RPO 24시간·RTO 3일처럼 자산별로 다르게 잡습니다. 방식은 전체 백업, 변경분만 담는 증분, 기준일 이후 누적분을 담는 차등으로 나뉘고 보관도 일 단위 30일·월 단위 12개월처럼 층을 만듭니다. 3-2-1에 '1개는 오프라인, 검증 오류 0건'을 더한 3-2-1-1-0이 요즘 기준이며, 이중화(RAID·실시간 미러링)는 백업이 아닙니다 — 원본이 암호화되면 사본도 같은 순간 암호화됩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백업은 돌고 있었는데 복구가 안 되는' 경우입니다. 실패 알림 메일이 석 달째 스팸함에 쌓여 있었거나, 백업 스토리지가 같은 도메인·같은 사내망에 물려 있어 랜섬웨어가 본체와 사본을 한 번에 잠근 사례가 계속 나옵니다. 클라우드·SaaS를 쓰니 알아서 해준다는 말도 위험합니다. 사업자는 인프라 장애만 책임지고, 직원이 지운 파일은 휴지통 보관 기간이 지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반기 1회라도 실제 복구 훈련을 돌리지 않으면 그 체계는 있는 게 아니라 있다고 믿는 것에 가깝고, 복구 후 업무가 실제로 돌아간 시각까지 재봐야 RTO 숫자가 진짜가 됩니다.
데이터 상실 위험에 대비하는 오랜 IT 관행으로, 클라우드·자동화와 함께 백업·재해복구(DR) 체계가 정교해졌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320명, 연매출 780억 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A사는 금요일 밤 랜섬웨어로 생산관리(MES) 서버와 전 부서 공유폴더가 통째로 암호화됐습니다. 백업은 매일 돌고 있었지만 백업 스토리지가 같은 사내망에 붙어 있어 함께 잠겼고, 살아남은 건 3주 전 외장 디스크 한 대뿐이었습니다. 라인 재가동까지 나흘이 걸렸고 손실은 약 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 복구가 끝난 다음 주 월요일, 대표이사가 IT팀장에게 '또 당하면 며칠 만에 돌릴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생산·회계·영업 팀장을 불러 자산별로 허용 손실 시간을 따로 매기게 했습니다.
- IT팀장은 MES와 ERP는 RPO 1시간·RTO 4시간, 설계도면과 공유폴더는 RPO 24시간·RTO 2일로 등급을 나누고, 매일 증분·주 1회 전체 백업에 30일 보관 정책을 걸었습니다.
- 백업본 한 벌은 클라우드로 보내고, 한 벌은 주 1회 테이프에 담아 사내망과 완전히 분리된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반출입은 총무팀 과장이 대장에 서명해야만 가능하도록 절차를 묶었습니다.
- 분기마다 토요일 오전 복구 훈련을 돌렸습니다. 1차 훈련에서 ERP 복원에 11시간이 걸리자 '목표의 세 배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권한 설정 오류 두 건을 잡아 3차 훈련에서 3시간 40분으로 줄였습니다.
- 이듬해 협력사 경유 악성코드로 공유폴더가 다시 감염됐을 때는 인지 6시간 만에 전 부서 업무가 복귀했고, 생산 중단은 반나절에 그쳐 피해액이 4억 원대에서 2,00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