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러닝 · 거꾸로 학습
Flipped Learning
플립러닝이란?
- 이론은 미리 영상으로, 대면은 활동으로
- 귀한 대면 시간을 실습·토론에
- 사전학습을 실제로 해오게 하는 게 관건
플립러닝을 도입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강의안이 아니라 설계 순서입니다. 예전에는 슬라이드를 먼저 만들고 남는 시간에 실습을 붙였다면, 이제는 대면에서 무엇을 시켜볼 것인지를 먼저 정한 다음 그 활동에 꼭 필요한 최소 지식만 떼어내 사전 영상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사전 영상은 강의 녹화본이 아니라 활동 준비물에 가깝습니다. 2시간짜리 강의를 통째로 찍어 올려두는 것은 플립러닝이 아니라 그냥 이러닝 재생목록입니다.
사전 학습 분량에는 현실적인 상한이 있습니다. 근무 중 짬을 내 보는 영상은 한 편 7분, 전체 20분을 넘기는 순간 이수율이 무너집니다. 20분짜리 한 편보다 6~7분짜리 세 편으로 쪼개고 편마다 2~3문항 확인 퀴즈를 붙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블렌디드 러닝은 온·오프라인을 섞기만 해도 성립하지만, 플립러닝은 온라인이 대면 앞에 와서 대면 활동의 전제가 될 때만 성립합니다. 순서와 종속관계가 빠지면 이름만 플립러닝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은 사전 학습을 안 해온 사람이 섞여 있을 때입니다. 강사가 미안한 마음에 도입부 20분을 써서 개념을 다시 짚어주면, 성실히 봐온 절반은 '안 봐도 되는구나'를 배웁니다. 다음 차수 이수율은 예외 없이 떨어집니다. 미이수자를 위한 재설명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대신 조를 짤 때 이수자 사이에 앉혀 동료가 설명하게 하는 쪽이 효과적입니다. 또 하나, 영상 시청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전 학습은 퇴근 후 숙제가 되고 노사 문제로 번집니다. 팀장 승인 아래 업무 시간 30분을 확보해주는 것이 이수율 관리의 절반입니다.
교실 강의와 숙제의 순서를 뒤집는다는 발상으로, 2000년대 후반 미국 고교 교사 존 버그만과 아론 샘스(Jon Bergmann & Aaron Sams)가 수업 영상을 미리 배포한 실천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620명, 연매출 1,800억 원 규모입니다. 매년 신임팀장 72명을 24명씩 3개 차수로 나눠 2일 16시간 집합교육을 해왔는데, 이틀씩 라인을 비울 수 없다는 공장장들의 항의가 매년 반복됐습니다. 인재개발팀은 이 과정을 사전 학습 40분 + 대면 1일로 다시 짰습니다.
- 인재개발팀 김 과장은 16시간 중 노동법·평가제도 설명에 해당하는 6시간을 추려 7분짜리 영상 6편으로 나누고, 편마다 3문항 확인 퀴즈를 붙였습니다.
- 1차수 사전학습 이수율이 54%에 그치자 김 과장은 교육 사흘 전 각 본부장에게 미이수자 명단을 메일로 보내고, 영상 시청용 업무 시간 30분을 팀장 승인 아래 쓰도록 공지했습니다.
- 강사와는 미이수자에게 개념을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합의했고, 대신 조 편성 때 이수자 3명 사이에 미이수자 1명을 앉혀 동료가 설명하도록 배치했습니다.
- 대면 하루는 전부 실습으로 채웠습니다. 실제 저성과자 면담 시나리오 4개로 롤플레이를 돌렸고, 강사는 조를 옮겨 다니며 '방금 그 말, 팀원은 어떻게 들었을까요'만 물었습니다.
- 3차수까지 돌린 결과 사전학습 이수율은 54%에서 91%로 올랐고 실습 시간은 3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었으며, 집합 일수가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 연간 라인 이탈 시간이 576시간 감소했습니다.